영화 <노팅 힐>, 평범한 사랑이 위대한 모험이 되는 과정을 그리다

영화 <노팅 힐> 스틸컷

영화 <노팅 힐> 스틸컷

사랑에 서툰 이들에게 교과서 같은 영화를 추천하라면, 저는 단연 <노팅힐>을 꼽습니다. 영국의 평범한 서점 주인과 세계적인 톱스타와의 로맨스랑니. 사실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깝죠. 하지만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운 좋은 한 남자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이 영화 속에는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모험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예고 없는 사건

영국의 작은 마을 노팅힐에서 작은 여행 서점을 운영하는 윌리엄 대커. 그는 이혼의 아픔을 뒤로한 채 조금은 어수룩한 친구와 함께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서저메 세계적인 배우 '안나 스코트'가 나타납니다. 꿈 같은 만남 뒤, 길거리에서 주스를 쏟는 실수까지 더해지며 두 사람은 윌리엄의 집에서 첫 키스를 나누게 되죠.

신화학자 캠벨이 말한 영운의 여정처럼 윌리엄은 이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낯선 세계로 초대받게 된 것입니다.


망설임과 용기 사이, 첫 번째 관문

영화 <노팅 힐> 스틸컷

영화 <노팅 힐> 스틸컷

하지만 모든 영웅이 처음부터 당당하게 칼을 뽑지는 않습니다. 윌리엄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죠. "내가 감히 저런 사람과?"라는 생각에 머뭇거리고, 스크린 속 그녀를 보며 초라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방황하던 그를 깨운 것은 조력자 스파이크가 전해준 그녀의 전화 메세지였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첫 번째 미션이 주어진 것이죠. 윌리엄은 용기를 내어 그녀가 머무는 호텔로 향합니다. 기자회견장의 긴박한 분위기 속에서 엉뚱하게 '말과 사냥개' 잡지사 기자라고 거짓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딛은 영웅의 용기를 보여줍니다.

인터뷰를 가장한 둘의 은밀한 만남이 계속 되고 윌리엄은 애프터 신청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가장 깊은 동굴에서 마주한 시련

사랑의 설렘도 잠시, 윌리엄에게 가장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최종 보스가 있는 곳을 동굴이라 부른다면, 윌리엄에게는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버티고 있는 호텔 방이 바로 그곳이었던 거죠.

자신이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참함을 맛보며 그는 호텔 직원인 척 물러납니다. 적에게 굴복하고 만 것이죠. 하지만 진짜 영웅의 이야기는 위기 끝에 다시 시작됩니다.

누드 사진 파문으로 숨을 곳이 필요했던 안나가 다시 그를 찾아오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을 확인합니다. 물론 또 다시 오해와 엇갈림이 반복되지만, 이 과정은 윌리엄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 위해 꼭 필요한 시련이었습니다.


사랑의 성취와 귀환

영화 <노팅 힐> 스틸컷

저도 한 남자 앞에 서있는 여자일 뿐이에요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노팅 힐> 장면 속 안나의 대사


영화의 절정, 촬영장에서 안나의 진심을 오해한 윌리엄은 그녀의 마지막 고백을 거절하고 맙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닫죠.

마지막 기자회견장, 윌리엄은 다시 한번 용기를 냅니다. "만약에 자기가 정신 나간 바보였다는 걸 알고 고백한다면 받아주시겠나요?"라는 그의 질문에 안나는 환한 미소로 대답합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던 한 남자가 시련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을 얻으며 자신만의 인생에서 영웅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죠.

영웅의 마지막 여정은 시련을 이겨낸 주인공이 일상세계로 돌아오는 귀환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뒷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았지만, 행복한 결말을 암시하고 끝이 납니다. 우리가 이 특별한 로맨스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역시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는 모험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적인 여배우와 평범한 남자의 경계는 사랑 앞에서 허물어졌습니다. “난 단지 한 남자 앞에 서서 사랑을 구하는 여자일 뿐”이라는 안나의 대사처럼, 우리 삶의 특별함과 평범함의 기준은 애초에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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